생활·문화

2025-09-08 13:30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세상은 급변했고, 그 중심에는 Z세대가 있었다. 이들은 기성세대의 예상을 뛰어넘는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쌉싸름한 말차와 고소한 인절미 같은 '할매 입맛' 간식을 즐기고, 고궁 나들이를 '힙'한 놀이로 여기는 것을 넘어, 이제는 그들의 일상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전통 목조건축의 단청 색감을 입힌 키보드와 교통카드가 주목받는 것처럼, Z세대는 낯선 것과 익숙한 것의 경계를 허물며 전에 없던 유행을 창조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아침 시간의 재발견이다. '갓생(God+生,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과 '미라클 모닝' 열풍 속에서 Z세대는 더 이상 아침을 잠으로 흘려보내지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러닝이나 필라테스로 몸을 깨우고, 독서나 외국어 공부로 하루를 여는 것은 이제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Z세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상식을 뒤엎는 '아침 콘서트'가 그 증거다. 가수 장범준이 지난 8월 15일 오전 6시에 연 '미라클 모닝 공연'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밤새우는 건 하수, 일찍 자는 게 고수"라는 팬들의 반응은 Z세대가 '즐거움'을 소비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한밤중의 파티 대신, 주말 낮에 EDM을 들으며 커피를 즐기는 '파차 커피 파티'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들에게 아침은 더 이상 피곤한 시작이 아니라, 하루 중 가장 활기차고 창의적인 시간이 된 것이다.

 


Z세대의 클릭을 유도하는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바로 '참을 수 없는 귀여움'이다.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는 그들의 신념처럼, 동물 콘텐츠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던 관세청 유튜브 채널은 마약탐지견의 귀여운 사진과 센스 있는 문구를 섬네일로 내세워 소위 '대박'을 쳤다. 댓글에는 "귀여움에 홀려 들어왔다"는 고백이 줄을 이었다.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도 마찬가지다. 하나투어는 쿼카, 카피바라 등 특정 여행지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무해한 여행' 시리즈로 엄청난 입소문을 탔다. "나 안아, 벌금 내면 되잖아"와 같은 재치 있는 제목과 B급 감성의 내레이션은 Z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고, 귀여운 동물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해당 여행지의 항공권을 검색하게 만드는 고도의 전략이다. 심지어 생성형 AI로 만든 가상의 동물 캐릭터 '정서불안 김햄찌'가 구독자 54만 명을 돌파하며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대다.

 

무엇이든 가만히 두지 않는 Z세대의 창의력은 평범한 사물마저 특별한 놀잇감으로 재탄생시킨다. 최근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사탕'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사탕을 오븐에 녹여 알록달록한 그릇을 만드는 영상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기상천외한 그릇에 빙수를 담아 먹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전자레인지에 사탕을 돌려 빨대로 불면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팔던 추억의 풍선껌처럼 부풀어 오르는 '사탕 풍선' 역시 SNS를 뜨겁게 달군 놀이다. "이건 꼭 따라 해야 한다"며 직접 도전하는 인증 영상이 쏟아지는 것은, 이들에게 고민보다 행동이 앞서는 실험 정신이 내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Z세대는 아침의 개념을 바꾸고, 귀여움의 힘을 증명하며, 일상의 모든 것을 재료 삼아 자신들만의 새로운 놀이 문화를 끊임없이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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